다세포생물은 단세포성인 생식세포(난자와 정자)를 만들고 이것들은 수정과정을 거쳐 수정란이 된 뒤 수정란에 들어 있는 능력에 따라 규칙적으로 정해진 순서를 밟으면서 복잡한 체제를 만들어 간다. 이같은 현상을 개체발생이라고 하며, 개체발생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개구리 ·도롱뇽 ·성게 등을 재료로 하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개체가 발생하는 과정을 자세히 관찰하면 태고(太古)에 지구상에 나타난 생명체가 긴 세월을 거치는 동안, 그 조상이 복잡한 체제를 가진 생물체로 진화하여 온 모습을 다시 한번 연출하면서 발생한다. 이런 것을 계통발생(系統發生)이라고 한다. E.H.헤켈(1834∼1919)은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한다’라고 하는 진화재연설(進化再演說)을 제창하였다. 현미경이 아직도 발달하지 않았을 때 정자를 관찰한 사람은 정자 안에 쭈그리고 앉은 모습을 한 미세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고, 생물들은 장차 발생할 방향이 미리부터 정해져 있다고 하는 전성설을 내세웠으나, 결국은 정자나 수정란에는 그러한 구조는 없고 발생이 진행되면서 점차 정해진 방향으로 분화를 하여 개체가 된다는 후성설이 보다 더 실증적인 학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일란성쌍생아의 탄생은 바로 후성설을 증명해 주는 예가 된다.
개체발생은 분화와 생장의 두 가지 생물학적 현상이 복합적으로 합쳐진 것이며 이것들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즉, 수정란은 세포분열을 계속하여 초기의 배아(포배)를 형성하여 세포의 수를 늘려 가면서 생장을 하지만 배아기를 지나면 보다 복잡한 모양인 낭배를 만든다. 낭배가 되면 세포들은 분화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배아의 분화된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즉, 낭배는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을 만들게 되고, 각각의 배엽은 여러 조직과 기관에로의 분화를 계속하면서 체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생장이 계속된다. 외배엽은 표피와 이로부터 분화하여 만들어지는 비늘 ·각질층 ·깃털 등과 뇌 ·척수 및 신경과 여러 종류의 감각기관들을 만든다. 중배엽은 근육 ·골격 ·혈액과 순환기관 ·배설기관, 그리고 생식기관들을 만들며, 내배엽은 소화기관과 그 내상피층 ·간 ·이자 등을 만든다.
양서류의 낭배의 초기 원구배순(原口背脣)이라고 하는 부분의 세포들은 점차 낭배 안으로 말려 함입하여 들어가서 척색중배엽(脊索中胚葉)이 되지만 이 부분은 등쪽 밖의 외배엽에 작용하여 신경판을 형성하게 한다. 만일 양서류 낭배의 원구배순을 떼어서 다른 낭배의 어느 한 부위에 이식하면, 자신의 신경판을 형성하는 것과 동시에 이식한 원구배순의 세포들도 이식된 부분으로부터 함입이 일어나 숙주의 세포들에 작용하여 제2의 신경판을 만들게 하고 끝내는 제2차 배가 된다. 이처럼 원구배순에는 다른 세포들에 작용하여 신경판을 형성하게 하며 나아가 배아를 발생하게 하는 성질이 있다. 이를 형성체(形成體)라고 하고, 형성체로부터 다른 조직에 작용하는 물질이 나오는데 이것을 유도물질이라고 하며 그러한 현상을 유도(誘導)라고 한다. 초기 뇌의 옆 부분, 측뇌가 접하고 있는 외배엽 부분에는 안배가 만들어지고 이 부분에는 수정체가 생기며 수정체와 접한 외배엽세포는 뒤에 투명한 각막이 형성되면서 눈이 완성되는데 이 때에도 측뇌로부터는 수정체를 형성하게 하는 유도물질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이, 발생단계에 한 기관이 다른 기관의 형성을 유도하게 되는데, 아직도 그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개체발생의 방향은 수정란이 지니고 있는 유전정보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다. 유전정보는 핵 내의 DNA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기간 동안 핵은 중요한 기능을 나타낸다. 발생이 진행되고 있는 세포에서 핵을 제거하면 발생은 즉시 중단이 되고, 그 세포에 다시 핵을 공급하면 발생은 다시 진행된다. 1개의 수정란으로부터 분열되어 나온 각 세포의 핵은 수정란의 핵과 동일한 양과 질의 DNA를 가지고 있으나, 분화해 가는 과정에서 조직의 종류와 시기에 따라, 발현하는 형질의 종류가 달라진다. 이것은 특정한 유전형질의 발현을 위한 DNA의 활성 여부가 조직 ·세포의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오페론설로 설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