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의학상 美 파이어-멜로 공동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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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의학상 美 파이어-멜로 공동수상
게재일 : 2006.10.10 매체명 : 동아일보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상선정위원회는 2일 오후 7시(한국 시간) 유전자의 조절에 대한 새로운 연구 성과를 낸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앤드루 파이어(47) 교수와 매사추세츠의대 크레이그 멜로(46) 교수를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파이어 교수와 멜로 교수가 두 가닥으로 이뤄진 이중나선 RNA에 의해 유전자 발현이 억제되는 ‘RNA 간섭’ 현상을 발견해 기존의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에서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유전자 조절방식을 찾아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두 교수는 노벨상을 받기엔 아직 ‘젊은’ 나이인 데다 '1998년 2월 19일자 과학저널 ‘네이처’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 지 8년도 안 돼 수상 통보를 받은 뒤 모두 전혀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RNA 간섭은 RNA 분자가 이중나선으로 쌍을 이룰 때 유전정보 전달을 담당하는 메신저 RNA(mRNA)를 분해함으로써 특정 유전자를 억제하는 현상. 식물과 동물, 인간에게서 모두 나타난다. 그러나 RNA 간섭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유전병이나 암 치료에서 신약 개발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것이 과학계의 평가다.


유전자(DNA)에 담긴 정보가 생명체에서 정상적으로 발현되려면 유전정보가 RNA로 전달된 뒤 정보대로 단백질이 만들어져야 한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RNA가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고 알려졌었다.


1998년 두 교수의 연구팀은 우연히 한 가닥의 RNA 두 개를 서로 결합시킨 두 가닥의 RNA를 기생충의 일종인 꼬마선충의 세포 안에 주입했다. 그러자 꼬마선충이 온몸을 비트는 기이한 행동을 보였다. 근육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두 가닥의 RNA에 의해 간섭을 받아 단백질이 아예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교수는 특정 RNA를 선택해 주입하면 인위적으로 유전정보 전달을 방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 제시한 셈이다.


최근엔 RNA 간섭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siRNA)이 개발됐다. 이 기술을 이용해 암 유발 유전자를 억제시킨다면 암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연세대 이과대학 생화학과 김영준 교수는 “RNA 간섭을 이용해 ‘해로운 유전자’를 억제함으로써 유전병과 에이즈와 같은 감염질환 치료, 식물 개량과 병충해 방지 기술 등에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