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단백질 입문
유전자의 역할
유전자가 DNA 분자 안의 특정한 염기 서열로 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염기가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는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일반적으로 유전자를 푸른 눈 또는 갈색 눈을 나타내게 하는 것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러면 DNA의 염기 서열이 어떻게 그렇게 만드는 것일지 의문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실마리를 구하기 위해서 영국의 의사 개로드 (Archibald Garrod)와 그의 환자의 예를 살펴 볼 수 있다.
1902년에 개로드는 알캅톤뇨증 (alkaptonuria)이라는 질병을 관찰하였는데, 이 환자는 소변 내의 특정한 산에 의해 소변이 공기에 노출될 때 검게 변하는 증상을 보였다. 이 병은 어떤 가족의 경우 여러 세대에 걸쳐 내려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땜누에 분명하게 유전되는 것이고 또 유전자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었다. 정상인에게서는 소변을 검게 하는 그 특정한 산이 화학 반응으로 인해 신체 안에서 분해된다. 개로드는 논리적으로 이 환자에게는 필요한 반응을 일으키는 그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다고 결론지었다. 자세히 말하면 이 환자에게는 특정한 효소 (특정한 단백질로서 신체의 내부 온도에서 화학 반응이 빨리 일어나도록 하는 생물학적 촉매)가 결핍되어 있었다. 이 병이 유전성을 나타내므로 개로드는 유전자가 효소를 만드는 명령을 구성한다고 추론하였고 또 유전자가 다른 단백질을 만드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추측하였다. 그의 추측은 옳은 것이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후에야 독창적인 실험에 의해 이 추론이 옳다는 것을 완전히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자세하게 이 병에 대해서 설명해 보겠다. 알캅톤뇨증은 티로신 (tyrosine)의 분해에 결함이 생겨 알캅톤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대사장애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상염색체의 열성으로 유전되는 질병으로, 티로신의 분해에 결함이 생겨서 알캅톤 (alkapton)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열성 유전성 대사장애 질병인 것이다. 호모겐티신산 산화효소 (homogentisic acid oxidase)의 선천성 결손에 의해 나타난다. 효소의 이상에 의하여 축적된 호모겐티신산은 공기 중에서 쉽게 산화되어 흑색의 멜라닌 모양의 물질이 되기 때문에 결합조직에 침착하여 조직이 갈색으로 변하는 조직갈변증이 나타난다. 소변은 방치하면 흑색으로 변화하는데, 알칼리를 첨가하면 더욱 빨리 흑색으로 변하게 된다. 성인의 경우에는 조직갈변증, 골관절염 등이 나타나며, 순환기 증세로는 심장판막장애, 동맥류를 합병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동맥경화증과 심장판막에서 석회침착이 일어나며 심근경색증에 의하여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1941년에 스탠퍼드 대학의 유전학자 비들 (George Beadle)과 데이텀 (Edward Tatum)이 유전자와 효소는 의심할 여지 없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여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였다. 그 변이주는 정상적인 곰팡이가 자라는 데 필요한 여러 필수 영양소(아미노산이나 비타민) 중 어느 한 가지를 만드는 능력이 결핍되어 있었는데 그 결핍은 결국 필수 영양소를 만드는 효소의 결핍 때문이었다. 배양접시의 영양분 조성을 여러 조합으로 바꾸어 변종들에게 정확히 어떤 효소가 결핍되어 있는지 알아보았다. 이렇게 확인된 여러 종류의 변종은 다시 그 염색체를 조사하여 염색체 상의 어떤 위치에서 그 변이 현상이 일어나는가를 알아내었다. 여러 변종의 효소 결핍은 염색체 상의 각기 다른 위치와 관계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는 서로 다른 유전자가 각각의 효소에 연계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제, 유전자는 어떤 일을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답은 “유전자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을 만드는 명령이다”라고 할 수 있다. 푸른 눈과 갈색 눈, 그리고 양과 사람의 차이가 단지 유전자의 차이에서 올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