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유방암 환자의 고민 & 해결책
[건강]유방암 환자의 고민 & 해결책 | |
게재일 : 2006.10.16 | 매체명 : 경향신문 |
유방암 환자들은 두번 운다. 암에 걸려 울고, 여성으로서 가슴에 대한 상실감 때문에 절망한다. 유방암은 다른 암과는 달리 재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암 수술을 받은 후에도 재발에 대한 공포에 시달린다. 실제 미국에서의 조사에 의하면, 유방암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면 양쪽 가슴을 모두 잘라내도 좋다는 여성이 절반이나 되었다. 그러나 실제 암 때문에 가슴을 도려낸 여성들은 여성의 상징인 가슴을 잃었다는 상실감 역시 재발에 대한 두려움 못지 않다고 말한다. 4년 전 유방암 진단 후 양쪽 가슴을 절제한 박씨(48)는 아직도 공중목욕탕이나 수영장에 가질 못한다. 밋밋한 가슴을 드러내기 싫은 것.
그러나 최근 의학의 발전은 유방암도 제대로 관리하면 당뇨나 고혈압처럼 함께 안고 살 수 있는 질병으로 바꾸어 놓았다. 유방암의 조기 진단이 늘면서 유방을 모두 절제하지 않는 유방보존수술이 가능해졌으며, 완치율도 크게 높아진 것. 10월 유방암 인식의 달을 맞아 유방암 환자의 고민 두가지를 풀어 본다.
◇고민 1: 내 가슴 그대로 둘 수 있을까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면 가장 먼저 엄습해오는 두려움 중의 하나가 바로 가슴의 유무(有無)이다. 유방암 조직이 유두를 포함한 유방 전체에 걸쳐서 크거나, 여러 군데 다발성으로 있을 경우 유방절제술을 한다. 유방절제술을 받은 뒤 환자는 수술 부위와 목, 어깨 관절, 그리고 흉벽 부위의 통증으로 고통받는다. 하지만 신체적인 고통보다 더 큰 것은 정신적인 충격. 일시적으로 환상유방통을 경험하거나, 심각한 경우 우울증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물론 초기 단계인 유방암 0~2기의 경우 대부분 유방을 절제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하다. 또 항암치료를 미리 받은 뒤 암 크기를 줄여서 유방을 보존할 수도 있다.
그러나 3기 이후에 발견되거나 유방보존술 후 재발한 환자의 경우 유방 절제술은 불가피하며 최악의 경우 양쪽 가슴을 다 절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암 덩어리와 그 주변 조직 일부만을 제거한 뒤 방사선 치료로 암 잔해가 자라지 못하게 하는 유방보존수술이 가능해지면서 유방 전체를 절제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1996년까지만 해도 유방보존수술을 받은 환자는 전체의 19%였던 것에 비해, 2004년에는 42%로 2.5배 증가했다.
유방절제술에 따른 상실감이나 좌절감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의 경우는 유방복원술을 고려해볼 만하다. 식염수와 같은 보형물을 삽입하거나 복부지방이나 등허리 근육과 같은 환자의 신체 일부 조직을 이용해 가슴 모양을 복원하는 방법도 점차 보편화하고 있다.
◇고민 2: 재발을 막아라
유방암은 폐암이나 위암 등에 비해 완치율이 월등히 높으며, 재발 하더라도 다른 암에 비하여 오랜 시간 후 사망하게 되는 비교적 ‘순한 암’이다. 국가 암등록 사업에 등록되어 있는 유방암 환자를 분석해 보면, 한국 여성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은 1기 유방암의 경우 96%, 2기 유방암의 경우 89%에 이른다.
그러나 유방암은 잘 관리하지 않으면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환자의 관심을 요한다.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의 박찬흔 교수는 “유방암은 초기 3년 이내에 재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암이 재발된 환자의 3분의 2가 3년 이내에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유방암 수술 후에는 전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유방암 재발을 막기 위해서 주로 사용되는 약물은 타목시펜. 이 약물은 수십년간 유방암에 사용되어 온 유방암 치료제의 고전으로 사망률을 약 26% 정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폐경 후 여성의 유방암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쓰는 것이 치료 성적이 더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아로마타제 억제제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생성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유방암 세포가 자라는 것을 차단하여 유방암의 재발을 막아 준다.
그 외 지방 섭취를 줄이고 운동을 하면 에스트로겐 생성이 감소되어 유방암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3,000여명의 유방암 환자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일주일에 3~5시간 걷기만 해도, 전혀 운동을 하지 않거나 일주일에 1시간 미만으로 운동하는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절반으로 감소하였다. 미국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은 48~79세의 폐경 여성을 두 군으로 나누어 한 군은 지방 섭취를 줄이고, 다른 한 군은 평상시의 식사를 그대로 하게 한 결과 호르몬 수용체가 없는 여성들 가운데 저지방 식단을 유지한 집단에서의 유방암 재발률이 42% 감소됐다.
〈이준규기자 jk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