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생물학 Molecular B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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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생명현상의 실체를 분자 수준에서 파악하고 해명하려는 생물학의 한 분야. 현대생물학의 중심 분야의 하나이다.
분자유전학·생화학·생물물리학의 입장에서 보는 생명현상의 연구가 20세기 중엽에 합류하여 분자생물학을 확립시켰다.
1950년 W.T. 애스트베리는 <분자생물학은 생물을 구성하는 분자의 형태가 어떤 모양으로 진화하고 이용되며, 분화하는가를 주로 3차원적·구조적·기능적으로 파악하려는 입장이다>
라고 정의하였다. 그 뒤 분자생물학은 여러 분야의 정보 요소도 포함하게 되었다.

분자생물학의 연구
분자생물학은 생명현상에 대한 다음 3가지 연구 방향의 종합적인 파악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구조적 연구

생체분자의 구조를 3차원적으로 이해하고, 어떤 구조가 그 분자의 특정 기능을 결정하는가를 연구한다. 특히 결정분자(結晶分子)의 X선회절에 의한 구조의 결정이나 분자모형의
조립 등 물리학적·구조화학적 방법에 의한 연구가 중심이 되었다.


생화학적 연구

생체분자가 세포대사나 유전현상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연구하는 입장이며, 특히 세포대사에 대한 유전생화학적 연구가 분자생물학의 성립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유전정보에 관한 연구

세포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유전정보를 전하여 유전형질을 나타내는 메커니즘을 분자적으로 밝히려는 연구이며, 특히 유전정보가 어떻게 하여 분자에 간직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왔다.


단백질분자의 연구

생명의 기초물질로서 먼저 주목받은 것은 단백질이었다. 1920년 무렵 단백질의 구조가 한 단계 밝혀졌는데, 단백질은 수많은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으로부터 복잡한
유전정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맞은 물질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단백질의 고차원구조에 대한 연구는 X선결정학(結晶學)의 기술에 따라 큰 성과를 올렸다. 이 X선회절에 의한
결정구조해석의 기술은 1912년경 영국의 브래그 부자에 의하여 제안되어 영국에서 발달하였다. 결정에서는 보통 구성분자(원자나 이온인 경우도 있다)가 규칙적이고 일정한 공간
간격으로 축에 평행하게 배치되어 일정한 크기의 격자를 만들고 있다. X선다발을 결정에 비추면 X선다발은 결정격자의 분자나 원자에 의해서 방향이 굽어진다. 이것을 X선회절이라
한다. 결정을 사이에 두고 X선원(線源)의 반대쪽에 사진건판을 놓아두면, X선회절의 각도 등을 알 수 있다. 이 회절상(回折像)을 해석함으로써 단백질분자의 3차원구조를 알 수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여 J.C. 켄드루와 M.F. 페루츠는 1960년대 초에 헤모글로빈과 미오글로빈의 분자구조를 밝혔다. 그 결과 이들 단백질분자의 기능을 3차원구조에 바탕을 두고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M.H.F. 윌킨스와 R. 프랭클린은 X선회절을 이용하여 핵산(核酸)의 구조를 해석하였다. 핵산은 이미 1869년 F. 미셔가 발견하였으며, 1930년대에는 2종의 퓨린염기
(아데닌·구아닌)와 3종의 피리미딘염기(시토신·티민·우라실)로 구성된 중합체임이 밝혀졌다. 생물학적 의미나 구조는 오랫동안 알아내지 못하였으며, 유전현상과의 관련도 무시되어
왔다.


유전생화학

유전자에 의한 형질발현 제어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1909년 A. 개로드가 처음으로 언급하였는데, 그는 알캅톤요증(尿症)은 멘델성열성유전자에 의한 것이며, 페닐알라닌의 대사에
작용하는 호모겐티스산의 산화효소에 유전적 장애가 일어나 호모겐티스산이 산화되지 않고 그대로 오줌으로 배출되는 현상임을 밝히고, 유전자가 대사경로의 특정 효소에
작용하여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였다. 1928년 F. 그리피스는 살아 있는 비병원성 폐렴쌍구균과 가열하여 죽인 병원성 폐렴쌍구균을 같은 생쥐에 동시에 주사하였더니 생쥐의
몸 안에 살아 있는 병원성 폐렴쌍구균이 생겨난 것을 발견하고, 유전형질을 전환시키는 물질이 있음을 시사하였다. O.T. 애버리 등은 이 물질을 단리(單離)하여, 1944년에 그것이
단백질이 아니라 DNA(디옥시리보핵산)임을 밝혔다. 그러나 유전물질이 DNA라는 생각은 당시 인정되지 않았다. 1930년대에 들어와서 G.W. 비들은 B. 에프루시와 함께 초파리를
 사용한 실험을 통하여, 또 E.L. 타툼과는 붉은빵곰팡이를 사용한 실험으로, 유전자는 각각 1개의 특정 효소의 합성을 조절한다는 것을 밝히고, 1개의 유전자가 1개의 특정 효소를
 합성한다고 하는 <1유전자 1효소설>을 제창하였다. 현재는 각 유전자가 효소나 단백질분자를 구성하는 폴리펩티드사슬에 대한 암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전물질의 결정

오랫동안 단백질분자가 유전정보를 지닌 유전자일 것이라는 입장에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1938년 M. 델브뤼크가 박테리오파지를 유전연구 재료로 사용함으로써 국면이 크게
변하였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성바이러스이며, 핵산과 그것을 둘러싸는 단백질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균으로 감염시키면 숙주세균 안에서 급속히 증식하여 20∼30분이면 세대
교대를 하므로, 조그마한 배지(培地)에서 몇 백만 개나 되는 박테리오파지를 배양할 수 있다. 박테리오파지의 유전자도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즉 같은 종의 박테리오파지 이주(異株)
사이에서 유전적 재조합이 일어난다. 1952년 A.D. 허시와 M. 체이스는 박테리오파지 DNA를 방사성 인 P로 표지하고, 단백질을 방사성 황 S로 표지하여 세균에 감염시켰더니
박테리오파지 DNA만 숙주세균 안으로 들어가서 다수의 박테리오파지 입자를 복제하고, 박테리오파지 단백질은 숙주세균 밖에 떨어져 있는 것을 알아내었다. 이로써 유전자의
본체가 DNA임이 분명하게 밝혀졌다.


펌슨-크릭의 DNA모델

DNA의 분자구조는 윌킨스와 프랭클린에 의한 DNA의 X선결정해석의 결과와, 또 E. 샤가프의 실험 데이터, 즉 각종 조직과 세포에서 얻은 DNA표본에서 아데닌과 티민, 구아닌과
시토신이 각각 1:1의 비율로 존재한다는 결과에 바탕을 두고, J.D. 윗슨과 F.H.C. 크릭이 결정하여 1953년에 발표하였다. 이 DNA분자모델로 인하여 유전자가 가져야 할
자기복제능(自己複製能)과 유전정보의 보전 및 그 발현 메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펌슨-크릭의 모델>이라 불리는 DNA분자모델의 발표를 분기점으로
하여 유전학의 흐름은 고전적인 멘델유전학의 염색체 이론에서 분자유전학으로 옮겨갔고, 분자유전학의 성과는 생물학의 다른 많은 분야에도 적용되어, 1960년대에 분자생물학이
 성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펌슨-크릭의 모델>에 따르면 두 가닥의 DNA사슬이 나선구조를 이루고 있다. 각 DNA사슬은 당(糖)·인산 골격을 이루고, 이 골격이 나선 바깥쪽을 따라 달리고 있다. 나선
안쪽에는 두 사슬로부터 염기가 나와 있으며, 염기 사이의 수소결합에 의해서 나선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두 가닥의 DNA사슬의 염기배열은 서로 상보적이다. 그러므로 한쪽이 아데
닌이면 다른쪽 사슬의 마주보는 염기는 티민이 되고, 한쪽이 구아닌이면 다른쪽은 시토신이 된다. DNA분자가 복제될 때에는 각각의 사슬을 주형으로 삼아 상보적인 염기배열을
가지는 DNA사슬이 합성된다. 따라서 복제가 완료되면 원래와 똑같은 이중나선이 1쌍 만들어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핵이 분열할 때도 DNA가 복제되어 2개의 딸핵에 각각
모핵(母核)과 같은 DNA분자가 균등하게 분배된다. 또 이중나선의 한쪽 사슬에 늘어선 뉴클레오티드염기의 배열이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특정한 염기배열이 특정한 단백질
분자의 아미노산 배열에 대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자생물학의 센트럴 도그마

1960년대 초에는 DNA의 유전정보의 해독과 번역에 RNA(리보핵산)가 관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곧이어 유전정보는 DNA → RNA → 단백질로 전달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DNA를 주형으로 하여 새로운 DNA사슬이 합성되는 것을 <DNA 복제>라 하고, DNA의 유전정보(염기배열)가 RNA의 염기배열로 베껴 옮겨지는 과정을 <전사(轉寫)>, RNA의
염기배열을 해독하여 그에 대응하는 아미노산 배열을 가지는 단백질이 합성되는 과정을 <번역>이라 한다. 즉 복제·전사·번역의 세 과정은 1958년 크릭이 주장한 것처럼 분자
생물학의 <센트럴 도그마>라 하여 알려졌다. DNA의 유전정보를 단백질합성계에 전달하는 RNA(DNA의 전사산물)를 전령 RNA(RNA)라고 하는데, 이것은 1961년 J.L. 모노와
F. 자콥에 의하여 개념화되고, 후에 증명되었다. 이 논문에서, 대장균에서의 유전정보의 발현 메커니즘으로 유명한 <오페론설(효소의 합성은 오페론이라는 유전자군을 단위로
하여 조절유전자에 의해서 조절된다는 설)>이 제창되어 센트럴 도그마가 확립되었다. 이어서 세포의 추출액과 전령RNA만을 사용하여 시험관 안에서 완전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게 되었다. 1963년에는 S. 오초아와 M. 니런버그가 유전암호표를 완성하였다. 이에 의하면 3개의 염기가 1조가 되는데, 이 3개의 염기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는 64가지의 염기
조합이 20가지의 아미노산 각각에 대응하는 유전암호로 된다.


진화론에 끼친 영향

분자생물학은 유전자돌연변이를 분자 수준에서 설명함으로써 진화론에도 영향을 끼쳤다. V.M. 잉그럼은 겸상적혈구(鎌狀赤血球)와 정상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의 아미노산 배열을
조사해본 결과, 단 한 곳에서 아미노산의 배열이 서로 다르게 되어 있으며, 이것은 헤모글로빈의 유전암호를 지정하는(code)DNA염기배열 중 1개의 염기가 다른 염기와 치환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밝혔다. 즉 정상적혈구에서는 헤모글로빈 β사슬의 6번째에 있는 글루탐산이 겸상적혈구의 헤모글로빈에서는 발린으로 바뀌어 있다. 이것은 글루탐산을 지정하는
DNA의 3개의 염기배열 중 티민이 아데닌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같은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을 각종 생물끼리 비교하여 어느곳의 아미노산이 서로 다른가를 조사하고, 생물종의
고생물학상의 분기연대(分岐年代)를 고려하면 생물진화에서 단백질의 아미노산이 어떤 속도로 변화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이것을 분자진화라고 하며, 분자진화의 속도는
단백질에 따라 다르다. 즉 기능적으로 중요한 분자는 중요하지 않은 분자에 비해 분자진화의 속도가 더디다. 분자진화는 돌연변이에 의해서 일어나는데, 1968년 비기능 부위의
돌연변이는 자연도태에서 제외되는 상태, 즉 중립적 상태로 생물집단 내에 축적되고 그 축적은 자연도태에 의한 변이의 축적보다 크다고 하는 중립설이 제창되었다. 이 설은 자연
도태를 만능으로 여기는 종래의 진화유전학에 큰 충격을 주었다.


현재의 분자생물학

<펌슨-크릭의 모델>을 정점으로 하는 분자유전학의 성과와 방법은 진화뿐만 아니라, 발생학·면역학·세포학과 그 밖의생물학의 여러 분야에 적용되어 현대의 분자생물학이 이루어
졌다. 분자유전학의 발전은 특정단백질을 지정하는 DNA를 생물에서 단리하는 기술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이 DNA를 플라스미드에 끼워 넣어 세균에 주입시키면 DNA는 세포
안에서 복제되어 증식한다. 이렇게 하여 특정 유전자를 대량으로 복제하는 일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기술을 유전자 클로닝(cloning)이라 하며, 유전자 DNA의 염기배열이나 미세
구조의 연구에 매우 중요하다. 또 특정 유전자 DNA가 주입된 세균은 그 DNA가 지정하는 단백질을 왕성하게 합성하므로, 미량존재하는 어떤 단백질을 대량으로 얻을 수도 있다.
 따라서 학문적인 면뿐만 아니라 의료나 산업면에서도 주목을 받아 유전자공학이라는 새로운 테크놀러지 분야로 발전되고 있다. 이 기술은 발생학이나 세포학에도 이용되어
난자나 세포에 이질(異質)의 DNA를 주입시켜 새로운 유전자형을 가지는 개체나 세포를 만들어내는 일도 가능하리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