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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 출산을 두달 앞둔 주부 강진희(32)씨는 최근 산부인과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로부터 제대혈은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진료를 마친 뒤 의사가 '제대혈을 보관할 거냐'고 묻더군요."<br />
강씨는 주변에서 들은 바도 있어 며칠 뒤 한 회사를 정해 제대혈 보관 신청을 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그 사실을 알렸더니 남편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10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꼭 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화를 내더군요." 강씨는 "남들은 남편이 먼저 신청하는데 아기에 대한 관심이 없다. 담뱃값만 절약해도 아이를 위한 그 정도 비용은 충분하다"고 맞받았다. 느닷없는 말다툼이 됐지만 이곳저곳 귀동냥과 인터넷을 뒤적인 남편은 며칠뒤 "잘했다"며 아내에게 무안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br />
<br />
출산을 앞둔 부부사이에서 '제대혈'열풍이 불고 있다.<br />
관련 업계에선 한달 평균 태어나는 신생아 4만명 중에서 25%가량인 1만여명의 부모가 제대혈 보관신청을 하고 있다고 추산할 정도다. '확실한 생명보험'이라는 의료계의 진단까지 나와 제대혈 보관행렬은 앞으로도 계속 잇따를 전망이다.<br />
<br />
<strong>◆ 아이사랑의 길, 제대혈 = </strong>제대혈의 '제대'는 탯줄이다. '배꼽 제(臍)'와 '띠 대(帶)'가 합쳐져 아기의 탯줄을 말하는 것이다. 이 탯줄에서 채취한 혈액이 바로 제대혈이다.<br />
이 제대혈 속에는 혈액세포를 생성하는 조혈모(造血母)세포와 우리 몸의 연골과 뼈·근육·지방·신경 등을 만드는 간엽줄기세포 등이 다량 들어 있다. 인체 내 면역체계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백혈구와 적혈구·혈소판 등 혈액세포가 바로 이 조혈모세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백혈병·악성빈혈 등 난치성 질환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조혈모세포인 것이다. <br />
특히 이 제대혈에는 성인 골수의 10배에 이르는 조혈모세포가 들어있다. '조혈계 공장'인 셈이다. 정작 중요한 순간에 이르러선 그만큼 골수이식을 하는 것보다 제대혈이식을 하는 게 더 효과가 높다. <br />
<br />
제대혈은 현재로선 백혈병 등 각종 악성 혈액질환 및 암, 선천성 대사장애, 면역장애 질환 등 난치성 질환의 치료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골수이식이 고통과 번거로움을 동반한다면 일생에 단 한번인 탄생 때 채취만으로 평생의 건강까지 보장받을 수 있어 '확실한 생명보험'이란 말을 듣는 것이다. <br />
백진영 차병원 제대혈은행 아이코드 대표는 "최근 제대혈의 치료효과를 의심하는 사례가 있지만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6000여건의 혈액질환을 완치하는 등 효용성이 충분히 입증됐다"며 "의술의 발전으로 앞으로 치매·뇌졸중 등 신경계질환까지 제대혈을 통해 치료법이 개발중으로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이만한 선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br />
<br />
<strong>◆ 선택은 꼼꼼하게, 정부 관리도 필요 = </strong>의료계의 강한 확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신의 골은 패어 있다. 제대혈의 효과를 이해한다 해도 '수십년간 혈액이 과연 제대로 보관되겠느냐'는 데 의문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보관중인 '제대혈의 품질'에 의문을 갖는 것이다. 더욱이 국내 16개 제대혈은행중 대부분을 정부나 병원 등이 아닌 민간기업이 운용하고 있기에 부모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br />
<br />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더라도 지난해 말 기준 13만8500여명의 신생아 제대혈이 냉동보관중으로, 대다수가 민간기업에 맡겨져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br />
더욱이 제대혈은행마다 제대혈을 채취해 운송하고 처리·보관·검사하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또 국내엔 제대혈 은행들을 책임지고 관리·감독하는 공공기관이 없어 부모들의 불안을 더 부채질할 수 밖에 없다. 법적 규제장치가 없다는 소리다.<br />
<br />
결국 어느 곳이 믿고 맡길만한 곳인지는 신뢰도와 기술보유 능력·설비, 회사의 안정성 등을 소비자 스스로 꼼꼼히 따져보는 방법밖에는 없는 형편이다.<br />
백 대표는 "법규정이 없이 먼저 제대혈 시장이 만들어졌고, 그러다보니 불안이 조성된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제대혈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며 "서둘러 정부차원의 관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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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영 자문의<br />
이화여대 의대 졸·의학박사<br />
포천중문의대 진단검사의학과 부교수<br />
차병원 제대혈은행 아이코드 대표<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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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 이것이 궁금해요<br />
Q : 제대혈은 어떻게 채취하고, 문제는 없나</strong><br />
A : 제대혈은 채취는 간단하다. 아기가 태어나면 의사가 직접 탯줄을 자른 뒤 멸균소독된 주사기를 이용해 탯줄 내 정맥에서 제대혈을 채취, 전용 채취주머니에 담는다. 이 과정에 드는 시간은 5분 이내다. 아이와 산모, 어느 누구에게도 고통이 없다.<br />
<br />
<strong>Q : 부모나 형제 등 가족에게도 제대혈 사용이 가능한가</strong><br />
A : 제대혈은 조직적합성항원(HLA) 6개가 모두 일치해야 하는 골수와 달리 3개 이상만 일치해도 이식이 가능하다. 형제는 3개이상 일치확률이 75%로 활용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족의 난치병까지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이다.<br />
<br />
<strong>Q : 보통 15년 보관이 주류다. 그 이후엔 효과가 없는가</strong><br />
A : 초기 제대혈은행이 만든 상품기준일 뿐이다. 제대로 냉동보관된 제대혈은 반영구적 가치를 갖는다.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곳이 기술력과 안정성을 겸비한 곳이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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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도움말 = 포천중문의대 차병원<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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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6.12.18 일자] </strong><br />
강씨는 주변에서 들은 바도 있어 며칠 뒤 한 회사를 정해 제대혈 보관 신청을 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그 사실을 알렸더니 남편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10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꼭 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화를 내더군요." 강씨는 "남들은 남편이 먼저 신청하는데 아기에 대한 관심이 없다. 담뱃값만 절약해도 아이를 위한 그 정도 비용은 충분하다"고 맞받았다. 느닷없는 말다툼이 됐지만 이곳저곳 귀동냥과 인터넷을 뒤적인 남편은 며칠뒤 "잘했다"며 아내에게 무안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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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앞둔 부부사이에서 '제대혈'열풍이 불고 있다.<br />
관련 업계에선 한달 평균 태어나는 신생아 4만명 중에서 25%가량인 1만여명의 부모가 제대혈 보관신청을 하고 있다고 추산할 정도다. '확실한 생명보험'이라는 의료계의 진단까지 나와 제대혈 보관행렬은 앞으로도 계속 잇따를 전망이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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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 아이사랑의 길, 제대혈 = </strong>제대혈의 '제대'는 탯줄이다. '배꼽 제(臍)'와 '띠 대(帶)'가 합쳐져 아기의 탯줄을 말하는 것이다. 이 탯줄에서 채취한 혈액이 바로 제대혈이다.<br />
이 제대혈 속에는 혈액세포를 생성하는 조혈모(造血母)세포와 우리 몸의 연골과 뼈·근육·지방·신경 등을 만드는 간엽줄기세포 등이 다량 들어 있다. 인체 내 면역체계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백혈구와 적혈구·혈소판 등 혈액세포가 바로 이 조혈모세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백혈병·악성빈혈 등 난치성 질환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조혈모세포인 것이다. <br />
특히 이 제대혈에는 성인 골수의 10배에 이르는 조혈모세포가 들어있다. '조혈계 공장'인 셈이다. 정작 중요한 순간에 이르러선 그만큼 골수이식을 하는 것보다 제대혈이식을 하는 게 더 효과가 높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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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혈은 현재로선 백혈병 등 각종 악성 혈액질환 및 암, 선천성 대사장애, 면역장애 질환 등 난치성 질환의 치료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골수이식이 고통과 번거로움을 동반한다면 일생에 단 한번인 탄생 때 채취만으로 평생의 건강까지 보장받을 수 있어 '확실한 생명보험'이란 말을 듣는 것이다. <br />
백진영 차병원 제대혈은행 아이코드 대표는 "최근 제대혈의 치료효과를 의심하는 사례가 있지만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6000여건의 혈액질환을 완치하는 등 효용성이 충분히 입증됐다"며 "의술의 발전으로 앞으로 치매·뇌졸중 등 신경계질환까지 제대혈을 통해 치료법이 개발중으로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이만한 선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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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 선택은 꼼꼼하게, 정부 관리도 필요 = </strong>의료계의 강한 확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신의 골은 패어 있다. 제대혈의 효과를 이해한다 해도 '수십년간 혈액이 과연 제대로 보관되겠느냐'는 데 의문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보관중인 '제대혈의 품질'에 의문을 갖는 것이다. 더욱이 국내 16개 제대혈은행중 대부분을 정부나 병원 등이 아닌 민간기업이 운용하고 있기에 부모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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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더라도 지난해 말 기준 13만8500여명의 신생아 제대혈이 냉동보관중으로, 대다수가 민간기업에 맡겨져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br />
더욱이 제대혈은행마다 제대혈을 채취해 운송하고 처리·보관·검사하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또 국내엔 제대혈 은행들을 책임지고 관리·감독하는 공공기관이 없어 부모들의 불안을 더 부채질할 수 밖에 없다. 법적 규제장치가 없다는 소리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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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느 곳이 믿고 맡길만한 곳인지는 신뢰도와 기술보유 능력·설비, 회사의 안정성 등을 소비자 스스로 꼼꼼히 따져보는 방법밖에는 없는 형편이다.<br />
백 대표는 "법규정이 없이 먼저 제대혈 시장이 만들어졌고, 그러다보니 불안이 조성된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제대혈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며 "서둘러 정부차원의 관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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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영 자문의<br />
이화여대 의대 졸·의학박사<br />
포천중문의대 진단검사의학과 부교수<br />
차병원 제대혈은행 아이코드 대표<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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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 이것이 궁금해요<br />
Q : 제대혈은 어떻게 채취하고, 문제는 없나</strong><br />
A : 제대혈은 채취는 간단하다. 아기가 태어나면 의사가 직접 탯줄을 자른 뒤 멸균소독된 주사기를 이용해 탯줄 내 정맥에서 제대혈을 채취, 전용 채취주머니에 담는다. 이 과정에 드는 시간은 5분 이내다. 아이와 산모, 어느 누구에게도 고통이 없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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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Q : 부모나 형제 등 가족에게도 제대혈 사용이 가능한가</strong><br />
A : 제대혈은 조직적합성항원(HLA) 6개가 모두 일치해야 하는 골수와 달리 3개 이상만 일치해도 이식이 가능하다. 형제는 3개이상 일치확률이 75%로 활용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족의 난치병까지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이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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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Q : 보통 15년 보관이 주류다. 그 이후엔 효과가 없는가</strong><br />
A : 초기 제대혈은행이 만든 상품기준일 뿐이다. 제대로 냉동보관된 제대혈은 반영구적 가치를 갖는다.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곳이 기술력과 안정성을 겸비한 곳이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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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도움말 = 포천중문의대 차병원<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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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6.12.18 일자] </strong><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