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main menu

Opengenome.net β

당뇨병 치료 어디까지 왔나?

Revision as of 21:33, 16 October 2006 by Ihjung (talk | contribs)
(diff) ← Older revision | Latest revision (diff) | Newer revision → (diff)
당뇨병 치료 어디까지 왔나?
게재일 : 2006.10. 16 매체명 : 매경이코노미


‘소리 없는 살인자’. 당뇨병에 따라붙는 무시무시한 별명이다. 지난해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자만 1만2000명. 실제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을 질병 별로 살펴보면 당뇨병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았다. 직접적인 당뇨에 의한 사망자 수만 1만2000명이지 당뇨에 따르는 합병증에 의한 사망자를 포함하면 그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당뇨병은 최근 ‘국민병’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당뇨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만 450만명을 넘어서 국민 10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라는 계산이 나온다. 당뇨병은 과연 얼마나 심각한 질병이고, 우리나라의 당뇨병 치료 연구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정 기자 : 최근 당뇨병이 ‘국민병’이라는 별명을 새로 얻었을 정도로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실제 어느 정도인가요?

 

박경수 서울대 의대 교수 : 현재 우리나라 성인인구의 약 10%가 당뇨병에 걸린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60~70년대, 국내 당뇨병 환자가 1% 내외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10배 이상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셈입니다. 더 염려가 되는 사실은 자신이 당뇨병에 걸려있지만 당뇨병인 것을 알고 있는 경우는 5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안순길 종근당 종합연구소장 : 일반적으로 당뇨병은 조기에 자각하기가 어려운 특성이 있습니다. 흔히 ‘3다 증상’이라고 해서, 다음(多飮), 다식(多食), 다뇨(多尿) 현상이 가장 일반적인 당뇨병 증상이라고 하지만 이는 당뇨병이 상당히 진척된 후에야 알 수 있죠. 그래서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혈당을 점검해보는 게 당뇨병을 조기 발견하는 데 가장 중요합니다.

 

정 기자 : 지난 30년새 10배나 당뇨병 환자가 늘었다면, 확산 속도도 무척이나 빠른 편이군요. 어떤 전문가는 ‘전염병’ 수준이라고 얘기하던데요, 이렇게 당뇨병이 국내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뭔가요?

 

안 소장 : 당뇨병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선천적으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 분비 기능이 없어서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으면 안 되는 제1형 당뇨병(타입 1)과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만 상대적으로 모자라거나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있는 제2형 당뇨병(타입 2)이죠. 제1형, 2형 모두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상호작용해 발생하며 제2형 당뇨병은 노화라든가 생활환경의 변화가 발병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최근 국내에서 당뇨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원인은 노령인구 증가와 식생활의 서구화, 운동 부족에 따른 비만 인구 증가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장헌상 스코틀랜드국제개발청 대표 : 확실히 당뇨병은 식생활 습관이나 문화와 관련이 깊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당뇨병 환자 비중은 전체 인구의 4.9% 수준에 불과하지만 독일은 10%를 넘습니다. 두 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음식문화에 있는데요, 영국은 대표적으로 음식이 맛없고 많이 먹지 않는 나라죠. 반면 독일은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는 2000년에 1억7000만명으로 집계됐는데, 2005년에는 2억명을 넘어섰고 2025년에는 3억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역시 유전적으로 당뇨병에 취약한 동양인들의 식습관이 서구화되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박 교수 : 서구식 식생활과 함께 생활 습관의 변화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당뇨병의 경우 자동차 보급 대수와 당뇨병 환자 수의 증가가 비례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흔히 당뇨병을 선진국병이라고 합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과거보다 더 많은 영양분을 섭취하는 반면 운동량은 줄어들어 비만이 증가하면서 당뇨병 인구가 빠르게 증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50~65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 더 쉽게 당뇨병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데요, 이는 ‘절약형질가설’ 때문입니다.태아때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 태아는 체내에 흡수된 영양분을 과도하게 저장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한마디로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을 때에도 ‘아껴 살아야 한다’고 프로토타이핑이 돼 있어 과도한 영양을 체내에 축적하는 셈이죠.

  

정 기자 :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질병이다 보니 치료제 시장도 상당히 클 것 같습니다.

 

안 소장 : 당뇨병은 사실 ‘치료제’라는 개념보다는 ‘관리제’라는 이름이 더 적합합니다. 사실상 아직까지 당뇨병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다 ‘관리’를 잘 하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환자’라는 말을 아주 싫어합니다. 대신 ‘당뇨인’이라는 말을 선호하죠. 연간 당뇨병 관리제 시장은 대략 135억달러(13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연간 전 세계 제약시장이 5000억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아주 많지도, 적지도 않은 시장 규모죠.

 

박 교수 : 당뇨병의 근본적 치료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혹은 췌장소도 세포를 이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췌장소도 이식이나 췌장 이식은 장기나 세포 공급 제한 등의 문제가 있어 아직 대다수의 당뇨병 환자에게는 거리가 먼 치료법입니다. 현실적으로 아주 먼 미래의 얘기죠. 그래서 당분간은 안 소장님 말씀대로 관리에 주력해야 합니다. 또한 다른 질병과 달리 당뇨병은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아무리 약이 좋아도 당뇨인의 협조가 없다면 치료가 불가능하니까요.

 

정 기자 : 용어에 혼용이 있겠지만 어쨌든 당뇨병 관리,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제약사들의 노력이 상당할 것 같은데요.

 

장 대표 : 역시 미국과 유럽 등 선진 국가들이 당뇨병 관리제 시장에서도 한 발 앞서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종근당을 비롯해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연구 개발 활동이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난 번 바이오코리아 행사에서 소개된 것처럼 종근당과 스코틀랜드 제약R&D 기업인 스코티시바이오메디컬의 국제 협력사업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번 협력사업은 당뇨병 치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2005년부터 시작된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에서 지원하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인데요, 종근당은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코티시바이오메디컬은 후보물질 발굴뿐 아니라 약효 검색(스크리닝)에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가시적인 성과 도출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남선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박사 : 현재 당뇨병에 대한 국가적인 체계적 관리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는 건 아니지만 정부 역시 당뇨병 치료제 개발 시장을 아주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신약 개발을 위한 국제 협력사업에 많은 기업들이 신청했지만 종근당과 스코티시바이오메디컬 사업협력 과제로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정부가 2005년부터 6년 동안 매년 연구비의 50%를 지원하기로 했는데요, 종근당과 스코티시바이오메디컬의 신약 국제 공동협력 개발 프로젝트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안 소장 :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될 것 같습니다. 유력한 후보물질을 발견하고 전임상 단계를 거치고 있거든요. 2년 안에 임상시험 돌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제 1년 정도 공동 연구가 진행돼 왔는데요, 여러 면에서 종근당과 스코티시바이오메디컬의 공동 연구 시너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동 연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서로에 대한 신뢰와 정보 공개, 커뮤니케이션인데 그런 면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해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정 기자 : 그런데 제약, 바이오기업의 국제 협력 프로그램 사업을 보면 유독 우리나라와 스코틀랜드 간 공동 협력사업이 활발한 것 같습니다. 특별한 배경이라도 있나요?

 

장 대표 : 스코틀랜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전통적인 바이오 강국입니다. 세계 최초로 외과 수술이 이뤄진 곳도 스코틀랜드고 페니실린을 개발한 나라도 스코틀랜드죠. 당뇨병과 관련해 인슐린의 존재를 처음 발견한 맥레오드 박사도 스코틀랜드 사람이죠.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이안 윌머트 교수도 스코틀랜드 사람이고요. 특히 스코틀랜드는 바이오산업에 관한한 R&D 인프라가 뛰어납니다. 99년 스코틀랜드 정부가 바이오산업 육성방안을 세운 이후 정부의 R&D 전체 예산 가운데 3분의 1을 바이오산업에 투자하고 있죠. 에든버러와 던디, 글래스고를 축으로 한 ‘삼각지대’에만 516개 바이오기업, 57개 연구기관들이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어 전 세계의 바이오 메카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니까요.

 

남 박사 : 공동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상호 협력 범위와 개발 과정의 시너지인데, 스코틀랜드는 그런 측면에서 국내 제약사들과 궁합이 잘 맞는 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약 개발에서는 오랜 연구 노하우와 인프라를 구축한 선진국과의 국제 협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신약 개발 국제 협력 범위를 FDA 임상시험 승인 건수 상위 6개국인 미국, 잉글랜드,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일본 등으로 넓히기로 한 것도 결국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 과정에서 선진국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습니다.

 

정 기자 : 여하튼 이렇게 신약 개발 노력이 활발하지만 완치까지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역시 당뇨병은 예방과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 측면에서 박 교수님께서 효과적인 예방법과 관리 방법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박 교수 : 현재로서는 사실상 당뇨병 완치는 힘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효과가 더 좋은 관리, 치료제는 계속해서 개발되겠지만 예방만큼 중요한 건 없습니다. 우선 정기적인 혈당 관리를 통해 자신의 혈당 수준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비만과 당뇨의 상관관계가 아주 높기 때문에 운동과 식사 조절 등으로 체중을 조절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일단 당뇨병으로 진단되면, 그 때부터는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당뇨에 대해 사람들은 많은 오해를 합니다.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아주 고약한 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혈당 관리만 잘 하면 사실 당뇨는 평소 생활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거든요. 당뇨병을 ‘친구’ 삼아 잘 보살피며 평생을 사는 거죠. 요즘은 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많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당뇨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게 아니라 식사 조절과 체계적인 운동, 혈당 관리로 당뇨를 극복해 갈 수 있습니다.

▶ 박경수 서울대 의대 교수

84년 서울대 의대/ 94년 서울대 의대 내과학 조교수/ 2000년 당뇨 및 내분비질환 유전체연구센터장/ 2006년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 대한당뇨병학회 이사

▶ 안순길 종근당 종합연구소장

80년 서울대 약대/ 81년 종근당 종합연구소/ 98년 서울대 약학 박사/ 2000년 종근당 신약연구소장/ 2006년 종근당 종합연구소장

▶ 장헌상 스코틀랜드국제개발청 대표

76년 고려대 정경대/ 20001년 스코틀랜드국제개발청 대표

▶ 남선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박사

2003년 영국 뉴캐슬의대 박사/ 2006년 R&D사업단 의과학팀장

[정광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