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건의료의 和而不同
[기고] 보건의료의 和而不同 | |
게재일 : 2006.10. 09 | 매체명 : 한국경제신문 |
全萬福 <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 >
동양의학이 서양에 전해지면서 서양 의료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서양 의학과는 다른 의학적 지식 및 의료기술을 '보완의학' 또는 '대체의학'이라고 부르며 이를 학문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의료계의 향후 과제로 남은 만성질환과 퇴행성질환,암 등 현대의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전통의학이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평가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보완대체의학이 국내 의학계에도 빠른 속도로 확산돼 가고 있다. 한국보완대체의학회가 설립돼 있음은 물론이고,최근 서울대 의과대학도 보완대체의학연구소를 열고 한의학 과목도 개설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포천중문의대는 국내 최초로 대체의학대학원을 설립해 보완대체의학을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해 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의학계가 서양의료와 전통의료 간의 부족한 부분과 장점을 서로 조화시킴으로써 우리 의료의 수준을 한 차원 높게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야흐로 의학계에서 보완대체의학을 진흥시키기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며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먼 옛날 공자께서는 '군자 화이부동(君子 和而不同)'이라고 했다. 이는 상대방과 생각이나 입장을 똑같이 하지는 않더라도 서로간의 입장을 이해하고,조화 발전시켜 갈 수 있는 군자의 자세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같음보다는 다름 속에서도 서로가 화합할 수 있고 조화될 수 있는 이상을 강조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를 굳이 영어로 표현한다면 'harmony in diversity(다양성 속의 조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한국이 낳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이종욱 박사가 타계하던 날 열린 2006년 WHO 총회 기조연설에서 영국의 찰스 왕세자는 예전의 것과 현대의 것 중 최고의 것을 섞는 것을 통합적(統合的)인 접근이라고 밝히며,전통의약과 현대의학의 통합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양문명의 원류라 할 수 있는 영국에서 왕세자가 현대의학이 고도로 발전했음을 자부하는 21세기에,그것도 192개국의 보건의료계 인사가 모인 총회에서 2500여년 전 공자의 화이부동 정신을 보건의료계에 설파했다고 생각하면 그 의미가 새삼 크게 느껴진다.
정부가 의과대학이 있는 국립대학에 연구중심의 한의학전문대학원을 설치하고자 하는 정책적 의미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