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 여성건강에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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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이 여성건강에 좋은 이유
게재일 : 2006.10.11 매체명 : 한겨레


[한겨레] 저출산 시대에 세 가지 여성질환이 늘어나고 있다. 난소암, 자궁내막암, 자궁내막증 등 세 가지 질환이 고출산 시대였던 과거에 비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생리 안하는 동안 자궁과 난소 쉬어…
난소암·자궁내막암·자궁내막증 발생률 크게 줄여줘…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남주현 교수는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에 걸릴 위험이 줄어든다”며 “젊은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 자궁내막증도 확실한 발병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20년 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배덕수 교수는 “폐암과 흡연, 대장암과 육식 습관, 간암과 간염 바이러스 등의 관계는 잘 알려져 있지만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이 임신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1회 임산부의 날 행사를 여는 등 임신과 여성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올바른 의학정보를 알리는 일을 본격화했다. 산부인과학회 회원인 두 교수의 도움말로 저출산 시대에 여성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세 가지 질환에 대해 알아보자.


■ 난소암

난자를 생산하는 난소에 생기는 암으로 여성 생식기암 중 가장 치명적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생식기암 가운데 자궁경부암 다음으로 발생 빈도가 높으며, 전체 여성암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자궁경부암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데 비하여 난소암은 연간 1400여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며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40~70대에 발생하며, 56~60살 시기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특히 불임 환자나 출산 경험이 없는 수녀와 같은 여성들이 걸리기 쉽다. 이는 배란을 많이 할수록 난소암에 걸릴 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초경을 일찍 하고 폐경이 늦어지면 배란 횟수가 많아져 난소암의 위험이 높아진다.

반대로 자녀를 많이 낳은 여성들은 위험도가 낮다. 임신은 일정 기간 무배란 상태를 만드는데 이 무배란 기간이 난소암에 대한 ‘보호기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보호기간이 길면 길수록 난소암의 90%를 차지하는 상피성 난소암의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 배란은 임신중일 때뿐만 아니라 출산 후 모유를 먹일 때도 중단된다. 이에 따라 출산 후 수유도 난소암 위험을 줄이는 데 보탬이 된다. 출산 횟수가 한번이면 난소암 위험은 전혀 출산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약 10%, 출산 횟수가 세번이면 50%나 감소한다고 한다. 자녀를 3명 출산하면 5~6년 가량의 무배란 기간을 갖게 된다.

난소암은 초기에는 대부분 무증상인 경우가 흔하고, 병이 진행되면서 통증, 복부 팽창, 질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 3기 이상 악화된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5년 생존율이 매우 나빠 40%도 안 된다.

예방 및 조기 진단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나, 불행히도 아직 완벽한 조기진단 방법이 없다. 의료진은 정기적인 골반 진찰과 질식 초음파, 그리고 혈액 속의 ‘CA-125’라는 종양표지물질 검사를 통해 조기진단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자궁내막암

서구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아기를 적게 낳고 고지방식을 해온 탓으로 여성암 중 발생률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자궁경부암, 난소암에 이어 3위의 발생률을 보이고 있지만 서양식 식생활의 변화와 수명 연장 등으로 최근 급증하고 있다.

50~60대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서구 처럼 자궁경부암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비만증, 당뇨, 임신 및 분만 경험이 없는 경우, 갑상선 질환, 52살 이후에 폐경이 오는 노령폐경, 자궁내막암·유방암·대장암·난소암의 가족력 등이 있으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이미 폐경기에 접어든 여성에게서 어느날 갑자기 출혈이 있으면 자궁내막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는 자궁내막암의 75% 가량이 폐경기 이후에 발생하며, 환자의 90% 이상에서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나 질 분비물의 증가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궁암’ 하면 자궁 입구에 생기는 자궁경부암을 일컫는 경우가 많아, 일부 자궁내막암 환자들은 경미한 질 출혈 등의 증상이 있었음에도 자궁경부암을 가려내기 위한 세포진검사(팹스미어)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것을 놓고 자궁 전체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 자궁내막증

생리는 자궁내막이 부풀었다가 줄어들면서 생리혈을 만들어내는 현상으로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내막세포가 자궁 주변의 난소, 골반, 복막 등으로 퍼져 똑같은 작용을 하면서 출혈을 일으키는 질환이 자궁내막증이다. 극심한 생리통과 만성적인 골반통증 등이 주증상이다.

생리혈은 체외로 배출되지 않고 나팔관으로 역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생리혈에 들어 있는 내막세포들이 나팔관을 거쳐 자궁 내벽 이외의 곳으로 퍼진다. 생리를 하지 않을수록 자궁내막증 위험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내막세포가 난소에 번져 있다면 난소에 출혈을 일으켜 난소혹을 만들고, 나팔관에 퍼지면 나팔관을 막아 불임을 일으키기도 하며 복막에 있다면 복막유착을 일으켜 통증이 생기게 된다. 아기를 낳고 모유 수유를 하면 자궁내막증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