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fference between revisions of "(초대석)'암에 대처하는...' 말하는 암치료 권위자 방영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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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font size="2">암&rsquo;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질병이다. 수명 연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수록 &lsquo;암&rsquo;에 대한 공포는 배가된다. 만약 걸린다면 어떻게 싸워야 할까. </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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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서울대 의대 방영주(51) 교수는 20여 년 동안 암 환자만 진료했다. 생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을 숱하게 만나온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ldquo;절벽 끝에 서 있는 사람하고 손잡고 가는 인생&rdquo;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내 1평 남짓한 연구실은 서류 더미로 어지러웠다. </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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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죽음을 많이 지켜봐서일까. 딱딱하고 건조한 말투, 무표정한 얼굴에서 느껴지는 절제와 고집은 특별한 스트레스를 가진 사람들의 보호막처럼 여겨졌다. </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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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그동안 몇 명이나 보신 건가요.</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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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ldquo;한 20년 됐네요. 일주일에 많으면 100명 넘게 보았으니&hellip;. 수만 명 되나.&rdquo;</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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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직접 환자에게 통보를 하기도 하나요.</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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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ldquo;다른 병원에서 이미 알고 오기 때문에 그런 일은 적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족들이 쉬쉬해서 환자가 마지막까지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요즘엔 많이 달라졌지요.&rdquo;</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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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가족들이 비밀로 해 달라고 하면 뭐라 하시나요. </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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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ldquo;암이라는 짐이 너무 무거워 가족이라 해도 나눌 수 없다고 말합니다. 환자가 자기 상태를 잘 알고 있어야 치료 의지도 강해집니다. 자신이 받을 치료 형태를 결정하고 남은 생을 설계할 권리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침해할 수 없는 환자만의 권리이지요.&rdquo;</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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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암 환자들의 초기 심리상태는 어떤가요.</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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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ldquo;살아오면서 만난 가장 큰 재앙이라고 느낍니다. 가족도 마찬가지고요. 어떤 분들은 &lsquo;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먹었는데 왜 하필 내가?&rsquo; 하며 분노합니다. 이런 환자들이 제일 조심스럽지요. 의사 또는 가족에게 분노가 폭발하거든요. 아주 이기적인 방식으로 말이지요.&rdquo;</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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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방 교수는 &ldquo;환자가 담담한 태도를 가져야 대화도 차분하게 할 수 있고 치료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나눌 수 있다&rdquo;고 말했다. </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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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ldquo;병이 주는 육신의 고통보다 절망이 주는 마음의 고통이 환자를 더 힘들게 합니다. 암 통보를 받는 순간, 밀려오는 허무와 소외감이 마음을 약하게 만들어 &lsquo;살려 주겠다&rsquo;는 사기꾼들의 꼬임에 쉽게 빠지게 되지요. 암 그 이후가 중요합니다. 또 다른 시작이기 때문이지요.&rdquo;</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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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죽음을 맞는 사람들의 모습도 다양하겠지요.</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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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ldquo;지위나 재산을 막론하고 자신의 삶은 다들 &lsquo;기구하다&rsquo;고 말합니다. 유산 배분 문제 같은 것을 의료진 앞에서 노출시키는 분들도 계세요. 씁쓸하지요. 죽음 앞에선 재산도 학식도 지위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 못 배워도 못 가져도 정말 담담하게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 있거든요.&rdquo; </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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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기억나는 환자가 있으신가요.</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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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ldquo;마지막까지 낙천적인 생각을 놓지 않는 분들이 있어요. 지금도 그 분들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나요. 한 젊은 친구는 절망적인 얘기를 듣고 왔는데 완치가 돼서 결혼하고 애도 낳고, 5월만 되면 식구들하고 옵니다. 환자가 돌아가신 뒤 가족이 찾아와서 고맙다고 할 때도 보람을 느낍니다. 비록 환자는 보냈지만 내가 가족의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rdquo; </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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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뭔가요. </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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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ldquo;첫째도 신뢰, 둘째도 신뢰입니다. 암 치료는 장기 레이스입니다. 암에 대한 치료들, 이를테면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제 등은 어느 정도 위험을 지니고 있습니다. 환자와 의사 간에 믿음이 없다면 환자는 의사 말을 흘려듣게 되고, 의사는 최선의 진료 대신 방어적인 진료를 하게 됩니다. 환자가 의사를 100% 믿으면 의사는 두렵다고 할 만큼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rdquo;</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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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암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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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ldquo;우선 담배를 끊어야 하고요, 과음도 안 됩니다. 살찌지 말아야 하고요, 음식은 골고루 먹되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하고요. 간단하지만 지키긴 쉽지 않지요.&rdquo;</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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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방 교수는 중년의 암 환자들이 생의 의지를 잃을 때마다 &ldquo;살면서 만난 수많은 어려움을 다 이기며 헤쳐오지 않았느냐. 이건 또 다른 삶의 도전&rdquo;이라고 북돋워준다면서 &ldquo;긍정적인 생각, 생에 대한 강한 의지력이 면역력을 높인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만큼 암 자체보다 우선 암이 부르는 마음의 두려움과 싸워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rdquo;고 말했다. </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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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ont size="2">&nbsp;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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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st revision as of 19:38, 9 October 2006

[초대석]‘암에 대처하는…’ 말하는 암치료 권위자 방영주 교수
게재일 : 2006.08.19 매체명 : 동아일보


암’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질병이다. 수명 연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수록 ‘암’에 대한 공포는 배가된다. 만약 걸린다면 어떻게 싸워야 할까.

서울대 의대 방영주(51) 교수는 20여 년 동안 암 환자만 진료했다. 생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을 숱하게 만나온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절벽 끝에 서 있는 사람하고 손잡고 가는 인생”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내 1평 남짓한 연구실은 서류 더미로 어지러웠다.

 죽음을 많이 지켜봐서일까. 딱딱하고 건조한 말투, 무표정한 얼굴에서 느껴지는 절제와 고집은 특별한 스트레스를 가진 사람들의 보호막처럼 여겨졌다.

 ―그동안 몇 명이나 보신 건가요.

 “한 20년 됐네요. 일주일에 많으면 100명 넘게 보았으니…. 수만 명 되나.”

 ―직접 환자에게 통보를 하기도 하나요.

 “다른 병원에서 이미 알고 오기 때문에 그런 일은 적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족들이 쉬쉬해서 환자가 마지막까지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요즘엔 많이 달라졌지요.”

 ―가족들이 비밀로 해 달라고 하면 뭐라 하시나요.

 “암이라는 짐이 너무 무거워 가족이라 해도 나눌 수 없다고 말합니다. 환자가 자기 상태를 잘 알고 있어야 치료 의지도 강해집니다. 자신이 받을 치료 형태를 결정하고 남은 생을 설계할 권리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침해할 수 없는 환자만의 권리이지요.”

 ―암 환자들의 초기 심리상태는 어떤가요.

 “살아오면서 만난 가장 큰 재앙이라고 느낍니다. 가족도 마찬가지고요. 어떤 분들은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먹었는데 왜 하필 내가?’ 하며 분노합니다. 이런 환자들이 제일 조심스럽지요. 의사 또는 가족에게 분노가 폭발하거든요. 아주 이기적인 방식으로 말이지요.”

 방 교수는 “환자가 담담한 태도를 가져야 대화도 차분하게 할 수 있고 치료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병이 주는 육신의 고통보다 절망이 주는 마음의 고통이 환자를 더 힘들게 합니다. 암 통보를 받는 순간, 밀려오는 허무와 소외감이 마음을 약하게 만들어 ‘살려 주겠다’는 사기꾼들의 꼬임에 쉽게 빠지게 되지요. 암 그 이후가 중요합니다. 또 다른 시작이기 때문이지요.”

 ―죽음을 맞는 사람들의 모습도 다양하겠지요.

 “지위나 재산을 막론하고 자신의 삶은 다들 ‘기구하다’고 말합니다. 유산 배분 문제 같은 것을 의료진 앞에서 노출시키는 분들도 계세요. 씁쓸하지요. 죽음 앞에선 재산도 학식도 지위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 못 배워도 못 가져도 정말 담담하게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기억나는 환자가 있으신가요.

 “마지막까지 낙천적인 생각을 놓지 않는 분들이 있어요. 지금도 그 분들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나요. 한 젊은 친구는 절망적인 얘기를 듣고 왔는데 완치가 돼서 결혼하고 애도 낳고, 5월만 되면 식구들하고 옵니다. 환자가 돌아가신 뒤 가족이 찾아와서 고맙다고 할 때도 보람을 느낍니다. 비록 환자는 보냈지만 내가 가족의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뭔가요.

 “첫째도 신뢰, 둘째도 신뢰입니다. 암 치료는 장기 레이스입니다. 암에 대한 치료들, 이를테면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제 등은 어느 정도 위험을 지니고 있습니다. 환자와 의사 간에 믿음이 없다면 환자는 의사 말을 흘려듣게 되고, 의사는 최선의 진료 대신 방어적인 진료를 하게 됩니다. 환자가 의사를 100% 믿으면 의사는 두렵다고 할 만큼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암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 담배를 끊어야 하고요, 과음도 안 됩니다. 살찌지 말아야 하고요, 음식은 골고루 먹되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하고요. 간단하지만 지키긴 쉽지 않지요.”

 방 교수는 중년의 암 환자들이 생의 의지를 잃을 때마다 “살면서 만난 수많은 어려움을 다 이기며 헤쳐오지 않았느냐. 이건 또 다른 삶의 도전”이라고 북돋워준다면서 “긍정적인 생각, 생에 대한 강한 의지력이 면역력을 높인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만큼 암 자체보다 우선 암이 부르는 마음의 두려움과 싸워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